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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에게서 결여되었던 자기검토와 생각에 대하여 아이히만에게서 결여되었던 자기검토와 생각에 대하여 우리가 아이히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히만은 악행자가 맞습니다. 악한 일을 했습니다. 그 행위의 결과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그가 제도 속에 있었지만, 그가 그 제도 속에서 했던 역할은 생각 없는 기계와 같았고, 그 결과가 심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도와 사회로 또는 어떤 악마적인 힘으로 책임을 돌리지 않게 된다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처럼 우리가 도덕과 관련된 또는 악행과 관련되어서 짚어보아야 할 점은 바로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러면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누구나 다 예외 없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는 능력이 있는가? 그가 조직 속에서 그런 식으로 살 수밖..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 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에 잡혀 와서 이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아이히만은 전범입니다. 유대인 600만 명이 죽도록 한 그리고 거기에서 최고의 두뇌를 수행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아이히만을 악마라고 연상할 수밖에 없겠죠. 이 흉악한 범죄자 아이히만의 재판은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고요. 그 유대인들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돼 있던 여러 나라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세기의 재판이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쁜 사람을 체포했고 이때가 1960년이니까 얼핏 생각하기에 '그러면 이스라엘 경찰들이 아주 가혹하게 신문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할 수..
악의 평범성 극복 방법 - 독단과 이해의 차이 악의 평범성 극복 방법 - 독단과 이해의 차이 '악의 평범성에서 우리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그리고 나아가서 현실이 악할 때 사람은 그 속에서 정의롭게 살기는 참 어렵겠죠? 때때로 자기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히만처럼 체제에 복종해서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기능만을 담당하다가는 역사 속의 죄인으로 전락할 수가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정의로운 행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나쁜 행동에 빠지지 않는 그런 자각이 필요한데, 과연 이러한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것이 우리 속에서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그렇게 이루어지는가? 또 지식인들 가운데서는 불의한 정권에 아무 생각 없이 협조하면서 그 협조로부터 나오는 어떤 결실을 취하는 그런 사람도..
악의 평범성과 개념, 우리의 책임 악의 평범성과 개념, 우리의 책임 아이히만이 보여준 생각의 결여. 그래서 너무나 평범한 모습. 그러나 그 평범한 것으로부터 엄청난 악이 나온 것. 이 결과를 놓고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단어를 붙여줍니다. 그런데 악(惡)이라고 하는 게 도대체 뭘까요? 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철학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민을 했었습니다. 악이라는 문제를 처음 철학적으로 거론했던 사람은 신학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입니다. 영어 이름으로는 성 어거스틴이라고 부릅니다. 이분은 약 4세기 정도 또 5세기 시점에서 활동했던 사람이고요. 교부 시대 최고의 사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라는 종교를 믿었다가 기독교로 개종을 했습니다. 마니교에서 가지고 있었..
악의 평범성 개념과 도덕적 책임 악의 평범성 개념과 도덕적 책임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너무나 복잡합니다. 우리는 그 복잡하게 움직여지는 이 현대사회 속에서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나가 하는 일의 결과를 따질 필요가 있는가 생각합니다. 사는 게 너무 바쁩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는데도 바쁜데, 그 의미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 자문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저 내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가 법만 잘 지키면 되는 거 아니냐.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히만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아이히만의 얘기는 잠시 제쳐두더라도 도대체 우리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
악의 평범성 개념과 공적 행위의 책임 문제 악의 평범성 개념과 공적 행위의 책임 문제 한나 아렌트가 주목했던 그 이야기를 일반적인 주제로 활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군대에서 명령을 받고 무엇인가 일을 했는데, 그 일이 굉장히 악한 일이었다. 나쁜 일이었다. 그렇다면 명령을 받아서 할 수 없이 했던 일인데, 그렇게 수행한 나에게도, 그 부하에게도 책임이 있는가? 이 질문인 거죠. 제가 탈북 여성들과 함께 토론회를 한번 가진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한 여성분이 북한에 있는 아주 악명 높은 여성 강제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일어난 아주 나쁜 일들이 있는데, 바로 그 일에 책임이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과연..
인간의 정신 활동과 언어의 중요성 인간의 정신 활동과 언어의 중요성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는 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떤 실마리가 있을지에 주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악의 평범성, 영어로는 banality of evil이라는 말인데요. 이 말의 뜻은 '악은 생각하지 않는 것, 사유가 없는 것' 한마디로 무사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잠시 이 영어 단어 banality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banality라는 말은 사실 우리말에 딱 적절한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진부성, 범속성 등으로 번역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여러 가지의 의미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우리말 어감에 가장 그래도 적절하게 부합하는 '평범성'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해서 이 번역어를 선택했고요. 다행히 이 번역어가 널리 받아들여..
의식 패러다임과 언어 패러다임 차이 -2- 의식 패러다임과 언어 패러다임 차이 -2- 우리 한국 사회의 현재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날이 서 있는 사회다. 우리 한국 사회는 날이 서 있다. ' 이런 표현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체험적으로 정말 그게 많이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공유하고 있는 느낌일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회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데 누군가에게 잘못 심기를 거슬리게 하거나 또는 무언가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이 단지 실수로 관용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탁 건드리면 그야말로 폭발해버리는,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극도로 조심하게 되는 그런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옆에 있는 걸 잘못 건드렸는데, 그게 밀려서 옆에 있는 탁자에서 식사하던 분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의식 패러다임과 언어 패러다임 차이 -1- 의식 패러다임과 언어 패러다임 차이 -1- 한나 아렌트가 얘기했던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두 측면 그리고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이 두 측면 때문에 형성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두 측면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지금은 그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라고 하는 사람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이라고 하는 것의 한 부분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버마스는 독일의 사회 정치철학자로서 한국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아주 탁월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입니다. 이 하버마스가 젊었을 때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을 보고 상당히 감동을 받고, 특히 자신이 얘기하는 소통 행위 이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의사소통 행..
정치는 인간의 아름다운 행위 정치는 인간의 아름다운 행위 2016년, 2017년 촛불 정국이 있었을 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인용되고 언급되었던 정치사상가가 바로 한나 아렌트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가 한나 아렌트를 전공해서 그런지 어떤 언론사가 저를 그것 관련해서 취재하겠다고 왔더군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요. 이 인터뷰를 하는 기자가 제가 썼던 책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김선욱 교수 당신은 정치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고, 정치가는 추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아름다운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는 글을 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하고 물어왔습니다. 제가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드린 말씀은 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