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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교양, 정치, 철학, 악의 평범성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 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 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으로 보는 자기 검토의 필요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에 잡혀 와서 이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아이히만은 전범입니다. 유대인 600만 명이 죽도록 한 그리고 거기에서 최고의 두뇌를 수행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아이히만을 악마라고 연상할 수밖에 없겠죠. 이 흉악한 범죄자 아이히만의 재판은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었고요. 그 유대인들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돼 있던 여러 나라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세기의 재판이 예루살렘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쁜 사람을 체포했고 이때가 1960년이니까 얼핏 생각하기에 '그러면 이스라엘 경찰들이 아주 가혹하게 신문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가혹하게 대우하거나 아주 불공정하게 재판이 진행되면, 그 재판 자체가 스캔들을 일으키게 되고요. 그것은 이스라엘 정부에게는 대단한 불명예가 될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이스라엘 정부로서는 대단히 공정하게 이 재판을 진행하기를 원했습니다. 그와 더불어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 재판이 모든 유대인에게 하나의 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재판은 그냥 조용히 재판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재판 자체가 전 세계의 방송에 중계가 되고요. 그리고 재판 과정 자체가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에 물론 반드시 검찰 측에 의한 조사 또 경찰에 의한 조사가 그 이전에 다 이루어지겠죠. 그리고 뿐만 아니라 아이히만은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정신이상자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에 정신 감정도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서 받게 됩니다. 이런 공정한 과정 그리고 이스라엘 검찰이 원고가 되어서 재판을 진행하고요. 그리고 이 아이히만을 위해서 독일인 변호사를 선임합니다. 공개적으로 선임을 해서 독일인이 와서 직접 아이히만을 위해서 변호사로 지원을 하고, 물론 그 비용은 이스라엘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이 재판이 진행되는데, 이 재판은 좀 길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히만과 무관한 여러 가지 사례들도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로서는 이것이 유대인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려는 그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재판 과정을 자세히 관찰했던 한나 아렌트의 관점에서 가장 공정한 입장을 취했던 사람은 재판관이었다고 합니다. 검찰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겠고요. 그러나 재판관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정의가 드러날 수 있도록 재판을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를 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요. 그 자신이 대학교에 전임교수가 되어서 강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강의만을 이 대학, 저 대학을 다니면서 강의를 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임교수로 와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자기가 원하는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수직을 거부하고 그냥 시간강사로 필요한 강의를 하면서 자유롭게 활용을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 연구를 위해서 여러 준비를 하고 강의를 하는 가운데 바로 아이히만이 체포되어서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래서 '뉴요커'라고 하는 미국의 잡지의 특파원 자격을 갖게 됩니다. 그 뉴요커에 연락을 해서 '나가 당신을 위해서 취재할 테니 나에게 재정 지원을 해 달라. ' 그래서 이스라엘에 머무르면서 재판에 참관할 수 있도록 지원을 '뉴요커'에서 하고 이 재판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재판이 한동안 진행이 되고 마지막으로 이 재판의 판결이 여러 가지 죄목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서 볼 것이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 그리고 '유대인 민족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라고 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포함이 된 명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형 선고가 이루어진 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이 되고, 기각된 후에 신속하게 형이 집행됩니다. 그래서 1962년 5월 31일 자정이 넘어가기 직전에 교수형에 처해지고 그의 시신은 곧바로 화장을 한 후에 그 재는 이스라엘 수역 바깥으로 배를 타고 나가서 지중해에 뿌려지게 됩니다. 아이히만의 재를 이스라엘 땅과 바다에 넣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이스라엘 수역 바깥에 뿌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재판정에서 아이히만은 어떠한 모습을 보였을까요?

악인이 아닌 공무원이었던 아이히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이히만은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판장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악마와는 무척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가 했던 일은 어떻게 보면 대단히 상식적인 일이었고, 국가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처럼 자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아이히만은 어리석었던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그는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우리가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로 간 다음에 가족을 불러오고 또 독일에서 가족생활을 했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가족을 생각했던 좋은 가장이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히만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아닐까요? 6명의 정신과 의사들을 동원해서 그의 정신을 검진하였습니다. 그 6명의 의사들은 한결같이 아이히만을 정상이라고 판명을 했습니다. 그 6명 중에 한 의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히만을 진찰하고 검진한 후의 내 상태보다 그는 더 정상이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이 이상한 사람을 내가 정신이상인가 아닌가 살펴봤는데 이 사람이 정상이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상일 수 없는 사람이 정상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도 확인하고 나니까 내가 돌아버리겠다. "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비정상이 되겠다. " 그런 정도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다른 의사는 아이히만이 자기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자기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 자매 또 친구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그 모습을 보면, '아이히만은 정상이다. '가 아니고 '이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다. 바람직한 사람이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는 겁니다. 또 아이히만에게 정기적으로 성직자가 방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과 대화를 하는 가운데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살펴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었겠죠. 그 성직자가 했던 얘기가 "아이히만은 매우 긍정적인 가진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를 한 겁니다. 한마디로 아이히만은 정신병자거나 도착자 거나 대단히 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아이히만은 양심이 없었던 사람일까요? 재판장에서 실제로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이런 일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된 그 과정에서 도대체 양심의 가책이라는 걸 받지 않았나요?"라고 질문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아이히만이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나는 국가 공무원이고 세금을 통해서 월급을 받는데, 공무원으로서 국가가 나한테 명령을 하는 일을 내가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나에게 하라고 한 일을 내가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이 아니었을까요?"라고 대답하는 거죠. 내가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성실하게 수행을 했는데, 왜 그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알다시피 그가 명령받은 일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를 포함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보내는 일이었고요. 그가 했던 일은 그 일에 상당한 열정을 가지고 아주 세심한 주의력을 기울여서 성실하게 일을 수행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심지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모습까지 보이는 아이히만에 대해서 아렌트는 그러면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았을까요? 지극히 평범하고 또 아주 바람직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기 검토의 결여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열심히 일을 하기는 했는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도대체 어떤 얼마가 있는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빠져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사유가 이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나와 남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법적인 문제를 보면, 아이히만의 활동은 합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법을 잘 지키는 아주 중법적인 시민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법의 의미, 그 법이 정당 한 지에 대한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이 사람은 행동하는 기계였다는 것이죠. 명령으로 input이 되는 것에 대해서 훌륭한 수행으로 output을 내었던 기계와 같이, 다시 말하면 인간이 기계와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생각이었다면 잘 기능하는 기계로만 작동을 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오래전에 소크라테스는 자기 검토가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검토, 다른 말로 자기반성입니다. 나가 내 자신을 돌아보고 도대체 내가 하고 있는 일, 나라는 사람이 무엇이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 검토이고 반성을 하는 부분인데, 바로 이 부분이 완전히 결여되었던 것이죠. 자기 검토, 즉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사물을 식별하는 인지 작용 또는 문제풀이 능력, 계산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른 정신적 기능이고요. 바로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바로 고착된 사고, 관습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명령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그 내용을 들여다봄으로써 잘못된 것은 흔들어버리는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바로 이와 같은 생각이 아이히만에게는 결여되었다. 이것이 바로 한나 아렌트의 평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