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 개념과 공적 행위의 책임 문제
한나 아렌트가 주목했던 그 이야기를 일반적인 주제로 활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군대에서 명령을 받고 무엇인가 일을 했는데, 그 일이 굉장히 악한 일이었다. 나쁜 일이었다. 그렇다면 명령을 받아서 할 수 없이 했던 일인데, 그렇게 수행한 나에게도, 그 부하에게도 책임이 있는가? 이 질문인 거죠. 제가 탈북 여성들과 함께 토론회를 한번 가진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한 여성분이 북한에 있는 아주 악명 높은 여성 강제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거기에서 일어난 아주 나쁜 일들이 있는데, 바로 그 일에 책임이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때 과연 아주 엄격한 체계 속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본인이 처벌받는 그와 같은 상황 속에 놓여있는 자가 했던 명백한 악행에 대해서 그 행위자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런 질문에 대한 고민을 오늘 해보겠습니다.
악의 평범성
핵심은 한나 아렌트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그런 주제이기도 합니다. 바로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는 주제가 되겠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1960년에 있었던 재판 사건을 보고 그 기록을 남겨서 1963년도에 어떤 잡지사를 통해서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모아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부제로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의 책을 이후에 출간하게 됩니다. 이 책의 내용은 재판에 대한 보고이기 때문에 철학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오고 난 다음에 어떤 분량의 철학 논문들과 저술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이 제목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재판은 아이히만이라고 하는 사람과 연관이 되었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우선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1906년 3월에 독일 솔링겐이라는 지역에서 출생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은 그냥 평범했습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했다는 것이 크게 스캔들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한나 아렌트도 고등학교를 중퇴했고요. 그리고 이 시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한국 사회하고 달라서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꼭 문제가 있어서 고등학교 중퇴를 하는 것은 아니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런 일도 있겠지만, 그러나 대중들의 시각은 그래도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하면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그러나 이 당시에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여러 가지 일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직장을 위해서 그리고 이 시대는 벌써 대중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널리 확신된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돈을 벌어야겠다. 직장생활을 해야 되겠다. ' 생각을 하고 학교를 중퇴하고 산업 전선에 들어가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가 1925년부터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하고요. 그러다가 1932년에 독일에서 나치가 등장하고 그 나치당에 가입을 합니다. 그리고 친위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나치당원으로서 그리고 친위대원으로서 나치 정부를 위해서 여러 가지의 활동을 시키는 대로 하게 되겠죠. 그런데 이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결국 책임 맡고 하게 된 것이 유대인들을 다루는 그 부서에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1938년부터 유대인들에 대한 강제 이주 정책의 책임자로서 개입하게 됩니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유대인들은 나치 정권에 의해서 엄청나게 학살이 되었습니다. 보통 600만 명 정도가 학살을 당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유대인들을 다 학살했던 것은 아닙니다. 크게 세 가지의 단계로 나뉘는데요.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단계
첫 번째는 이 유대인들을 나치가 지배하는 영역, 그러니까 독일이라는 그 영역뿐만 아니라 독일과 관련되고 독일의 영향권 속에 있는 동구라파의 여러 지역들을 포괄해서 이 지역 전체에서 유대인들을 없애는, 그래서 유대인이 없는 지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목표였고요. 그걸 위해서 첫 번째로 했던 작업이 강제이주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을 이 지역 바깥으로 보낸다는 것이죠. 강제로 나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강제이주를 한다고 해서 저절로 그냥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이때는 국가들이 형성돼 있었고 국가마다 다 어떤 정권이나 정부가 있었기 때문에 가라고 해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그냥 넘어가서 정착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히만은 아주 영리한 그의 두뇌를 활용하게 됩니다. 우선 그 얘기에 들어가기 전에 두 번째 단계는 뭐냐 하면, 유대인들을 격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강제이주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난 다음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사는 유대인들을 전부 뽑아내서 한쪽 지역, 다시 말하면 게토라는 지역을 만들고 거기에 벽을 쌓고 '들어가 있어라' 하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강제 격리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강제 격리로만은 이제는 성이 차지 않고 결국 세 번째 단계, 마지막 단계로 '최종 해결책'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이 최종 해결책은 의미상 그 내용은 뭐냐 하면, 유대인들을 전부 제거하는, 절멸을 시키는 얘기 합니다. 그래서 이 게토에 있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 집중된 concentration camp로 옮기고 결국 그들을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금씩 숫자에 맞춰서 death camp, 즉 죽음의 수용소로 옮겨서 가스실에서 학살을 함으로써 그들의 생명을 끊는 그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 이 강제이주 단계에서 아이히만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한번 생각을 해봅시다. 예를 들어서 독일의 한 지역에 유대인들이 있는데, 이 유대인들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 터전을 다 정리하게 해서 결국 해외로 나가게 하려면, 나가는 곳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되는 그 문제 하나 하고 여기에서 나갈 때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재산을 다 그대로 갖고 나가는 것을 당연히 나치에서는 원하지 않겠죠. 그러니까 이 재산을 다 처분하고 오직 적은 액수만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이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것이 나치로서는 아주 성공적인 정책이 될 겁니다. 그런데 유대인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이런 정책을 따라서 해외로 나가려고 할 때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겠죠. 지금 생각해도 갑자기 여러분 가족이 해외로 이주해야 된다고 하면, 당장 어떤 것부터 하시겠습니까? 일단 한국에 있는 재산을 정리하는데, 그것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리겠죠. 그리고 정리하고 난 다음에 여권을 만들어야 될 테고요. 지금은 여권이 며칠이면 바로 나오지만, 바로 1930년대에 여권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가는 곳의 비자까지 받아야지 나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차를 타고 나가서 완전히 이 지역을 떠나게 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고, 개개인으로도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길입니다. 그러니까 이 유대인들 자신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나치한테는 별 관심사가 아니고요. 나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일을 빨리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겠죠.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
오스트리아에서 아이히만이 아주 기가 막힌 생각을 합니다. 2층 건물을 하나 빌립니다. 그리고 2층 건물에 들어가는 1층 입구에서부터 2층 출구까지 하나의 협동 라인 같은 것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들어가면 step by step으로 한 가지씩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유대인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 문서와 집문서 등등 모든 서류를 가지고 또 자기 가족에 대한 모든 일체의 서류를 가지고 1층에 들어서게 되면, 먼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다 처리하고 세금 처리하고 그리고 나갈 때 큰돈을 가져가지 못하게 해야 되니까 그런 모든 것을 거의 몰수한 다음에 일정량의 돈을 은행으로부터 받는 그 과정. 그리고 여권을 step by step으로 처리해서 바로 당일 날 원스톱으로 발급받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면 비자까지 발급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출국을 위한 준비를 아침에 들어가면 오후 3, 4시쯤이면 완벽하게 비자, 여권, 모든 서류를 갖추고 나올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만든 겁니다. 이것은 행정적으로 역사상 최초의 탁월한 원스톱 협동 라인 작업이었습니다. 이것을 누가 개발했냐고요? 바로 아이히만이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행정학적으로 봤을 때도 이것은 탁월한 일입니다. 문제는 유대인을 쫓아내는 일에 이런 탁월한 지능이 사용되었다는 것이죠. 나중에 1939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대인 이주 본부장이라고 하는 아주 높은 직함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1941년에 들어와서는 히틀러 수하로 최고의 역할을 했던 힘러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 힘러가 유대인들을 처리하고 제거하는 최종적인 책임자입니다. 물론 그 위에 가장 최고의 책임자는 히틀러겠죠. 그래서 히틀러와 힘러의 라인에 따라서 바로 그다음에 이 힘러의 지휘를 받아서 아까 말씀드렸던 최종 해결책, 다시 말해서 유대인을 완전히 멸절시키는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concentration camp, 다시 말하면 강제수용소를 만들고 또 죽음의 수용소를 만들고 그리고 이 유대인들을 게토로부터 그 과정을 이어서 바로 아우슈비츠나 우츠나 엘 보브 같은 죽음의 수용소로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보내서 가스 학살을 하게 되는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이히만이 했던 아주 탁월한 역량은 어디에서 보였느냐 하면, 유대인을 수송하는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독일은 전쟁 중입니다. 전쟁 중이면 막대한 군수물자가 또 군인들이 이동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서도 기차나 모든 차량편들이 조직적으로 운영이 돼야 합니다. 거기에 600만의 유대인들을 이동시켜서 그 목적을 위해서 죽이게 하기 위한 그 운송이 엎쳐서 가야 되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독일인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과정 속에서 유대인들의 운송을 해결한다는 것은 보통 역량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겠습니다. 여기에 아주 탁월한 역량을 보였던 것이죠. 이 유대인들은 결국 가스실로 가기 전에 먼저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있는 법으로부터 유대인들을 완전 법적 장치로부터 벗어나게 만들고 그리고 수용소에 있어서는 인간 이하의 존재로 대접을 받게 되고, 도덕적인 보호도 완전히 벗겨버리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숫자로 환원이 되어서 그들을 죽게 만드는, 그래서 유대인들은 인간 이하로, 다시 말하면 인간적인 삶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채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1945년 패전되기 직전에 독일이 망할 것 같으니까 도망을 갑니다. 그래서 독일 지역의 어느 곳에 숨어서 벌목공 행세를 하다가 결국 자기가 잡힐 것 같으니까 이탈리아를 거쳐서 아르헨티나로 도망을 가게 됩니다. 거기에서 리하르트 클레멘트라는 가명을 가지고 몰래 살고 있었고요. 그러나 처음에는 아주 비참한 생활을 했지만, 한 5, 6년 지나서 1952년이 되니까 거기에 독일계 벤츠 공장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웬만큼 경제생활이 이루어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니 독일로 연락을 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가족이 다시 연합해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자기의 정보를 노출하게 되면 전범을 추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체포가 될 수 있으니 이름도 숨기고 자기의 아내를 부를 때 형수님이라고 불러서 마치 자기 자신이 아이히만의 동생인 것처럼 편지로 소통을 하고 결국 그들을 불러서 1952년부터 가족생활을 했던 것이죠. 그러다가 1955년 그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독일에서 도망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모임을 통해서 결국 아이히만의 거주지와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이런 전범들을 추적해서 체포하는 사람들이 가동이 되어서 드디어 1960년 5월 11일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체포를 당하게 되고요. 물론 여기는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체포를 하고 그리고 몰래 그를 실어서 이스라엘로 압송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 드디어 그 유명한 예루살렘 재판이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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