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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교양, 정치, 철학, 악의 평범성

시민교양으로서의 정치 개념

시민교양으로서의 정치 개념

시민교양으로서의 정치 개념
시민교양으로서의 정치 개념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을 여러분이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은 아마 비교적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서 한나 아렌트는 한국의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서나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중요한 철학자입니다. 우선 그 중요성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016년 그리고 2017년 사이에 촛불집회라고 하는 거대한 하나의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촛불집회는 결국 한 정부가 다른 정부로 바뀌는 정권 교체의 경험으로 이끌어놓았고요. 그래서 한국 사회는 상당히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촛불집회가 과연 혁명이냐 아니냐'라고 하는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촛불집회를 우리가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혁명이 아닌 걸까요? 이런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리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 있게 됩니다. 먼저 우리는 '그거는 혁명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정권을 바꾸어 놓았으니까. ' 그런데 좀 생각을 해보면, 정권을 바꿔놓았다고 다 혁명이라고 하면 이 세상에는 혁명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우리가 보통 혁명이라고 생각을 하면, 러시아 혁명이나 또는 프랑스혁명 같은 엄청난 세계사적 사건을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처럼 엄청난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촛불시위는 또 이 촛불집회는 그렇게까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왜 일련의 이 사태 속에 우리는 촛불집회만 중심으로 보아야 하느냐? 그와 더불어서 우리는 태극기 집회라고 불리는 그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경험 또 그 집회도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촛불집회만 긍정적으로 말하고, 태극기 집회는 언급하지 않고 문제 삼지 않느냐?'라고 하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근본적으로 왜 우리의 이러한 경험을 '혁명'이라고 하는 단어를 가지고 이해하려고 하는가? 이런 질문도 우리가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도대체 왜 우리에게 중요할까요? 그 중요한 이유는 사실 이 사건 자체가 우리 한국의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바로 우리 시대를 우리 스스로 어떻게 보느냐, 나아가서 이 한국 사회를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느냐. 그리고 또 시민으로서의 우리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단어로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현재의 한국 정치를 볼 수 있겠느냐 하는 것과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결국 이 촛불집회와 지난 몇 달 간에 있었던 이런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그 중요성의 문제로 귀결이 되는데요.

촛불집회는 혁명인가?

첫 번째로 우리가 여기에서 살펴볼 수 있는 포인트는 '과연 이 촛불집회가 혁명인가 아닌가?' 이것을 규정하는 문제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연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과정이 과연 정말로 민주적이었냐 하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와 같은 질문이 됩니다. 두 번째는 혁명이라고 하는 그 단어의 의미, 다시 말하면 혁명 개념에 대해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혁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 단어가 외국에서 수입된 개념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혁명이라고 하는 개념을 이해할 때는 먼저 러시아 혁명이나 프랑스혁명과 같은 어떤 특정한 사건을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그것을 하나의 틀로 잡아서 우리의 사건을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추어보게 되면, 촛불시위나 또는 과거에 우리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우리의 경험, 한국에서 이루어졌던 이 민주주의의 경험에 비춰서 우리가 개념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혁명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마땅한가라고 하는 일종의 새로운 혁명 개념을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혁명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나아가서 민주주의라고 하는 이 개념도 사실 굉장히 다양하고 민주주의라는 단어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사람마다 많이 다른데, 이러한 민주주의의 다양한 개념 속에서 한국의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개념 또 새로운 민주적 발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하나의 인사이트를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이 두 개의 상반되는 집회가 있는데 둘 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서로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달음질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던져지는 질문은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근본적인 특징이 무엇인가? 이 둘 다가 사람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이런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해서 '과연 정치의 본질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질문의 핵심은 우리의 개념을 해명하게 되는 개념들 그리고 이론을 공부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고요. 또 우리가 이러한 학습을 하게 됨으로써 나아가서 우리가 했던 경험에 대해서 정확한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또 우리가 잘못되지 않은 올바른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

한나 아렌트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을 해명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한나 아렌트라고 하는 철학자가 우리에게 바로 이와 같은 고민들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개념들을 던져놓았고 그리고 그 개념이 가지고 있는 아주 심층적인 의미를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혁명'이라는 단어나 '정치'라는 단어 또 '권리'라는 단어, '시민'이라는 단어,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 중요한 정치적인 개념들의 의미를 한 번 더 깊게 들어가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바로 이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가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질문이 됩니다. 나아가서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상학적이다. '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상학'이라고 하는 말은 1800년 말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이라고 하는 독일 철학자가 이론적인 차원에서 발전을 한 것인데요. 이 현상학은 여러 영역으로 적용이 되고 응용되었습니다. 이 에드문트 후설의 제자인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이 마틴 하이데거에게서 짧은 기간 공부했지만, 그로부터 강력한 영향력을 한나 아렌트는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현상학적인 태도를 가지고 정치라는 문제에 접근하게 되고, 정치에 대한 아주 중요한 통찰을 우리에게 던져주게 됩니다. 그래서 현상학적 정치철학으로서의 한나 아렌트 이론은 우리로 하여금 수많은 이론들을 학습하게 해서 그 이론들을 가지고 현실에 적용하게 만드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우리들이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에 주목하게 만들고, 이 현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모티브 또 중요한 내용들을 우리가 잘 포착해서 그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우리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치철학적인 개념과 이론을 가지고 와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배워서 적용하는 그런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생각과 더불어서 함께 생각함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준다는 점에 있어서 중요성을 갖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한나 아렌트의 생각과 더불어서 이번 한 학기 동안 우리 함께 한국의 정치 문제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민으로서 어떤 경험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하는 점을 함께 즐겁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