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언어의 내적 관계 공부
'인간은 logos적 노력을 가진 동물이다.'라는 말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라는 말과 연결해서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습니다. logos라고 하는 것은 '이성'으로 번역을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언어', '말하기'와 같은 뜻을 가졌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말'은 동물이 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물론 동물들도 간단한 소통을 하지만 또 고통과 쾌감을 표현하는 동물의 언어 정도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경우는 단지 이런 목소리나 표현 정도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의 logos적 능력, 다시 말하면 말하기 능력은 동물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았던 대로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말하기라면, 그러면 도대체 이 말은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떠한 특성을 갖는가? 이 점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통한 생각 표현
우리는 말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하고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생각을 나타낸다는 말은 말하는 내용과 연관이 돼 있고요. 자기를 드러낸다는 말은 말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 또는 자아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화하고 토론할 때 자기 말이 비판을 받고 부정을 당할 때 우리는 '내 생각이 틀렸구나.' 하고 단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우리는 굉장히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지?' 사실 민주적 토론 과정에서는 상대에 대한 비판이나 논박 같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자기 말이 논박을 당했을 때 단지 논리적으로만 수긍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는 내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느낌도 함께 받게 되거든요. 그것은 올바른 민주적 토론 방식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를 자제하는 것이 맞는 태도인 것은 타당한데요. 한편으로 그런 느낌을 갖는다는 점에 우리가 주목해서 보게 되면, 말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의 특성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바로 이 말, 언어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측면, 우리가 말을 할 때 이 말속에 들어있는 두 가지의 측면을 구별해냅니다. 하나는 바로 자신의 개성 또는 자아를 드러내는 표현적 기능입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인간의 복수성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누구 됨'과 '무엇 됨', 이 두 가지를 구별해보았고 '누구 됨'이라는 요소가 개인의 아주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언어의 표현적 기능이라고 하는 부분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적 요소가 물론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또 다른 한편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소통적 측면, 소통적 기능입니다. 이것은 말속에 들어있는 구체적인 정보와 관련된 것이고, 의견이 교환되는 바로 그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바로 이 두 가지가 함께 항상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보통 웬만한 부드러운 토의의 자리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직접 공격하거나 아주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말의 본래 뜻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래서 결국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생각의 잘못된 점이나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할 때도 아주 부드럽게 "당신의 말은 옳은데, 참 말씀을 잘 들었는데, 저도 동의하지만 이런 점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라는 방식의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면, 상대를 인정함과 동시에 자기의 다른 의사를 표현하는 그런 좋은 방법이 되죠. 이런 식의 기술이 대화에 필요한 까닭은 바로 말속에는 단지 정보를 교환하는 특성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주체, 그 사람의 인격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기능이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말이 이 두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 형성하는 인간관계도 두 가지의 측면이 발생하게 됩니다. 말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겠죠. 그러니까 이러한 인간관계가 말로 이루어졌을 때 한편으로 언어의 표현적인 기능 때문에 발생하는 인간의 아주 주관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부분
다시 말하면, 인간관계의 주관적인 측면이 있고요. 또 다른 편은 우리가 소통을 하기 위해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뭔가 사회에 또 우리 삶과 관련된 여러 일을 하기 때문에 바로 드러나고 만질 수 있는 이 세상과 관련된 객관적인 부분. 그래서 이런 것을 다루는 인간관계의 객관적인 측면이 바로 언어를 통해서 형성이 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동네에 있는 가게에 나가서 물건을 삽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곳에 자꾸 단골로 가게 되면, 그 집의 주인과 친하게 되고요. 우리가 그 사람과의 관계 자체에서 사실 중요하게 형성이 됩니다. 그래서 가는 말이나 오는 말도 따뜻하게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서 물건을 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물건을 그리고 여러 물건이 있을 때 어떤 것이 더 좋은 물건인지를 알아서 골라서 돈을 지불하고 가지고 와서 내가 소비하는 것. 바로 이것이 가게에서 물건 사는 것의 핵심이겠죠. 바로 이 부분이 말이 하고 있는 객관적인 측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우리가 그 물건을 파는 삶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잖아요. "야, 뭘 가져와. " 이렇게 하면 당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불쾌하게 됩니다. 이런 단순한 표현들 그리고 관계를 형성하는 아주 공손한 말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상관없이 가게 주인과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분과 내가 특별하게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인간관계를 형성할 때 객관적으로 어떤 물건이나 정보들이 오가는 이런 것과 연관된 차원과 보이지 않게 관계를 형성하는 이 부분이 동시에 형성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객관적인 측면, 예를 들어서 우리가 동네 가게가 아니라 어떤 마트에 나가서 그냥 많이 쌓여 있는 물건을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가서 왕창 사서 온다. 그러면 거기에서 돈을 계산하는 사람과는 그런 인간적인 유대가 동네에서 단골로 다니는 가게의 주인과 맺는 관계와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대형마트 같은 데에 가게 되면 주관적인 측면은 굉장히 최소화되고 객관적인 측면만 아주 부각이 됩니다. 그러나 동네 가게로 오게 되면 바로 이런 주관적인 측면도 굉장히 두텁게 형성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이제 주관적인 측면, 객관적인 측면이 인간관계 속에서 함께 가는데, 이 두 개가 서로 얽혀서 인간의 사회가 형성되고요. 우리 인간의 관계는 바로 이러한 관계들이 이 사람과 저 사람 그리고 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또 나도 다른 사람과 이런 관계들이 형성되면서 사람들 사이에는 하나의 관계의 망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 또 우리가 정치가 이루어지는 이 공동체적인 삶을 보았을 때 이 공동체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개체로 따로따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이에 말로, 언어로 연결이 돼 있어서 바로 이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관계의 그물망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이중적으로 돼 있는데, 하나는 객관적인 차원의 것이 작동되어서 우리가 사회 질서, 사회 제도의 망이 형성돼 있고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 우리가 보이지 않게 끈끈한 인간적인 친밀한 관계로 얘기될 수 있는 이런 관계가 함께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바람직한 사회는 어떤 것일까요? 바로 이처럼 친밀한 주관적인 인간관계가 풍성하게 가꾸어져 있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요? 아니면 이것은 상관없이 그저 객관적인 이 차원만, 다시 말하면 제도라든가 어떤 체계, 이 부분만 잘 발달되면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요? 이 두 측면을 정치는 함께 고려해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생각했을 때 지난 시간에의 복수성이 바로 정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제를 말로 해결하는 것이 정치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이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갈 때 사람들이 모두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도 발생하고 또 여러 의견 차이 때문에 조정의 필요도 발생하고 싸움도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공동체 속에서 정치가 작동한다는 말은 이 관계의 문제를 말로 해결한다는 것이고요. 말로 해결하는 이 관계가 객관적이고 제도적인 이런 문제도 잘 해결되지만, 바탕에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도 풍요롭게 갈 수 있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 정치는 바로 이 전체를 하나의 시야 속에서 다 가지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그 핵심 속에 말이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 있고요. 말이 제대로, 말이 가지고 있는 본래적인 기능에 따라서 잘 작동이 되면 바로 인간 사회가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사회로 되게 되는 바로 그와 같은 중요한 것입니다. 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의 모습은 단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느냐. ' 거기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면 안 되고, 바로 이처럼 정치의 상부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인간 삶의 바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까지도 살펴보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연관성을 깊이 볼 수 있어야만 이 사회를 시민으로서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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